의사로서 진료 현장을 경험했기에 간호사님들이 처한 열악한 현실을 잘 알고 있다. 다른 선진국에 비해 많은 환자가 배정되고, 잦은 야간 근무와 연장 근로에 시달리다 결국 일을 그만두는 분들을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. 간호사의 퇴직이 늘어날수록 기존 간호사의 업무가 과중해져 진료의 질이 저하되고, 또 퇴직이 늘어나는 악순환을 겪기도 했다. 그래서 간호법이 제정된다는 소식을 듣고, 간호사님들의 실질적 처우 개선을 이룰 수 있는 법안이 마련되길 바랐다. <br /> <br /> 그런데 본회의 상정을 앞둔 간호법은 간호사의 처우 개선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. 간호법에 노동조건과 처우 개선, 인권침해 금지 등을 담은 조항이 있지만 선언적 수준에 불과하고, 구체적인 방안은 빠져있기 때문이다. 정작 한 명의 간호사당 과다하게 배정되는 환자 수를 제한하는 간호인력인권법안이 5만 명의 동의를 받아 국민청원으로 국회에 접수됐지만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내년 21대 국회 종료와 함께 폐기된다. 직장 내 괴롭힘 방지를 명시한 근로기준법과 국가인권위원회가 있어 열악한 근로조건이나 태움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데 왜 굳이 간호사만을 위한 법을 제정하려 애쓰는 걸까? <br /> <br /> 많은 이들이 간호법 제정안 제1조의 ‘지역사회’라는 문구에서 이유를 찾는다. 요양원이나 가정간호센터 같은 지역사회를 간호 활동 영역으로 명시한 법을 제정한 다음, 일부 개정을 통해 의사의 관리감독 없이 주사 투여나 간단한 시술을 할 수 있는 단독 개원을 노리는 것으로 의심받는 것이다. 하지만 의사의 관리 감독이 없는 간호사의 단독 의료 행위는 잦은 의료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. 또 의료기관에서의 처우 개선이 없이 상대적으로 편한 ‘지역사회’ 일자리가 늘어나면 의료기관에서의 간호 인력 이탈이 ...<br /><br />기사 원문 : https://www.joongang.co.kr/article/25158141?cloc=dailymotion</a>